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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의 부산 인사이트] - 부산시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기사승인 2019.04.26  12: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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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실리 갖춘 정책 일관 추진… 창의적 유지보수 능력 필요 
중앙집권화 한국서 시장 역할 모호… 할 일 찾아 추진 역할 
수영정보단지 '정보화를 통한 부산발전 계획' 야심찬 출발 
'정보화 앞장' 희망과 달리 영화영상 기관 등 들어서 기형 
정책 일관성 조직 응집력 중요… 목표 바꾸지 않고 돌진해야 
헐고 새로 만드는 쉬운길 보다 기존 유지보수가 진정한 활력

 
 
   
 
문정수 초대 민선시장이 센텀시티 주식회사가 발간한 '센텀시티 개발대장정'에서 밝힌 자신의 소감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부산시의 열악한 재정으로는 독자적인 개발사업이 어렵기 때문에 당시 통신사업 부문의 선두 주자이며, 국제적인 교류망과 역량을 지닌 선경그룹(현 SK그룹)의 투자유치를 위한 제3 섹터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1996년 8월 SK와 수영정보단지(센텀시티의 옛 이름) 개발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사업의 큰 그림은 낙후된 지역경제에 대기업의 막대한 투자재원을 통한 세계적인 수준의 정보통신시설을 수용하고 첨단의 정보단지를 조성함으로써 신발산업 등 부산의 기간산업 쇠퇴로 낙후된 지역경제를 되살리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역 국회의원, 기업 그리고 언론들이 SK그룹에 특혜를 주었다는 등의 루머를 확산시킴으로써 실질적인 이익이 별로 없는 조건의 개발사업에 SK는 IMF를 빌미로 철수하였다. 이후 수영정보단지 조성은 막대한 차입금에 기인한 재정압박 극복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 지원시설용지를 산업시설보다 먼저 분양함으로써 센텀시티가 고급 주거 단지로 전락했다거나, 난개발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부산광역시의회 2002년도 행정사무 감사 도시항만위원회회의록에 의하면 남충희 당시 센텀시티 사장은 "저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것은 부채만을 빨리 갚는다고 성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주장하면서 "이제부터 질적인 도시개발을 위한 각종 계획에 투자와 노력을 쏟아야 할 시점에 와있습니다. 이는 어떠한 기업들이 청년기업들을 구성하느냐 하는 문제와 함께 창업투자펀드 등 DMZ(디지털 미디어 존)의 투자여건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더 나아가서 도시미관계획, 색채계획, 선진형 광고물 규제계획, 첨단도시에 적용될 기술을 모색하고 적용하는 그런 기술기획, 문화기획 심지어는 부가가치가 높은 도로의 명칭도 줘야 됩니다" 라고 센텀시티의 형성과 활용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글을 소개하는 이유는 부산시장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리더십에 관한 국내외 논문과 책을 펼치면 아마도 지구에서 목성까지 닿을 정도로 흔한 주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좀 색다른, 그러면서도 꼭 필요한 내용을 언급하지 않으면 아주 진부한 글이 될 위험이 있다.
 
한국처럼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매우 강하게 중앙집권화된 나라에서 지방정부가 어떤 야심찬 일을 추진하기에는 매우 역부족이다. 따라서 시장이 할 일이 별로 없는 셈이다. 제도적으로 시장을 선출한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장을 뽑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인구 3백만이 넘는 대도시에 시장을 꿈꾸거나, 선출되었다면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어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시장의 책무이다. 
 
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나는 시장의 역할을 두가지로 집약시킬 수 있다고 본다. 하나는 명분과 실리를 갖춘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돌파전략을 명확히 이해하고 실천해야 하며, 다른 하나는 창의적인 유지보수능력이다. 후진국과 선진국의 차이를 유지보수의 차이라고 언급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외국에서 생활하다 왔거나, 업무상 외국인과 접촉이 빈번한 사람들은 이 차이를 절감하고 있다. 
 
위의 사례에서 언급한 수영정보단지개발사업은 1994년 정보통신 정책연구원(KISDI)이 자체 비용으로 만든 '정보화를 통한 부산발전 계획'을 수용함으로써 시발 되었으며, 이후 당시 수영비행장을 김해공항으로 옮기고, 이 지역을 첨단 정보단지로 만들어 재도약을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당시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로 앞장서자'라는 구호가 흘러넘쳤던 정보화시대에 편승하여 뭔가 큰 희망을 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언급한 것처럼 주택단지와 첨단 정보단지가 아닌 영화영상을 위한 기관과 시설들이 일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원인은 정책추진에 대한 일관된 철학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리더십은 모든 조직내외 여건이 마련되어 있어야 발휘되는 것이 아니고, 리더의 행위가 일관되고, 핵심적인 정책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때 나타나는 것이다.
 
시민들은 리더의 노력 결과를 보고 지지와 참여를 하지, 리더의 주장만 듣고 지지하지는 않는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으로 알려진 짐 콜린스는 돌파기업과 파멸기업의 조건을 "플라이휠과 파멸의 올가미"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파멸의 올가미로 들어가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매우 어려운 축적 단계를 건너뛰고 돌파로 곧장 도약하게 해줄 단 한 차례의 결정적인 행동, 원대한 프로그램, 한가지 끝내주는 혁신, 기적을 찾기 위해, 플라이휠을 한 방향으로 밀다가는 멈추고, 방향을 바꾸어 새로운 방향으로 밀고, 그러다가는 다시 멈추고, 방향을 바꾸어 또 다른 방향으로 미는 행동으로 몇 년을 보낸 뒤, 지속적인 추진력을 축적하는 데 실패하고 결국 파멸의 올가미(doom loop)로 빠져든다는 것이다. 
 
반면에 돌파전략을 가진 조직은 처음부터 커다란 목표를 공표하지 않는다. 대신에 한 걸음 한 걸음, 한바퀴 한바퀴, 그 행보를 이해하며 플라이휠을 돌린다는 것이다. 플라이휠이 추진력을 축적한뒤에야 조직에 있는사람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자신의 어깨를 휠에다 밀착시키고 앞으로 미는 것이다. 따라서 돌파를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는 '정책의 일관성과 조직의 응집력' 이다. 일관성이란 정책목표를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조직원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일이 얼마나 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조직의 쏠림현상과 함께 응집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부산시장의 역할은 이러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다. 나머지는 시장(market)기능에 맡기면 된다. 시장은 확신이 있는 곳에 만들어지며, 모든 활력은 시장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부산시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 참여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유지하고, 지속시키는 역량을 리더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자원의 활용이나 인재유치에 실패하여, 분편화 되고, 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 사회를 만드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유지보수는 시간의 마모에 맞서는 행위이다. 보수하고 관리하느니 차라리 새로 짓고 만드는 일이 훨씬 수월하다. 무기력하거나 육체적으로 힘을 소진한 사람들도 세상에 내세울 만한 일을 한다면 한동안 활력을 띠고 열중할 수 있지만, 기존에 있던 것을 밤낮으로 잘 관리하기 위해 쏟아붓는 에너지야말로 진정한 활력을 띤 에너지이기 때문에 지역활성화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다. 유지보수 역량은 단순히 각종 공공시설물의 유지보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 역량의 유지보수 그리고 각종 정책생산 능력의 유지보수 등의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다. 단순히 공공시설의 노후화에 대한 대응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공공시설물의 활용은 물리적 유지보수뿐만 아니라 새로운 활용능력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의 지속적인 결합을 의미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센텀시티 사례처럼 적절한 관련 산업기반이 없고, 혁신 인프라가 미비한 상태에서 첨단기술 집적지를 인위적으로 형성하는 것은 그 집적지가 형성된 뒤에 혁신동력으로 기능하기보다는 단순한 물리적 집적지로만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부분 후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경우이다.
 
거리의 철학자로 알려진 에릭호퍼가 외국태생의 부두노동자나 선원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유지보수 역량은 서유럽과 스칸디나비아 국가 앵글로색슨족의 국가와 일본이 가진 특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터키 사람들은 기계를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지만 유지보수와 관련한 재능은 전혀 없다면서, 실제로 최근까지 터키어에는 '유지보수'라 는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놀라움을 표하고 있고, 서양인의 두드러진 특징이 나타나는 곳이 이런 유지보수 분야라고 소개하고 있다. 확실히 후진국에서 행하는 유지보수는 밑 빠진 독에 돈 퍼붓기이며, 선진국의 경우, 지속적인 질적 재생산으로 나아가고 있다.
 
부산시가 자체 통신비 절감과 행정서비스의 고도화를 목표로 시작한 부산정보고속도로는 시, 군, 구 사업소와 주민자치센터 등 319개 행정기관을 지하철 통로를 이용해서 광케이블 1277km로 연결된 행정망 인터넷과 대민서비스망을 제공하는 시설이다. 부산정보고속도로는 2008년 광케이블망 구축으로 시작되었으며, 와이파이망, 교통망, 재난영상망, 방범 CCTV 등에 활용하고 있다. 10년 계약이 만료되면서 부산시는 고도화사업을 재추진하면서 행정망 및 서비스망 전송속도는 기존 2Gbps에서 40Gbps로 늘리려고 한다. 부산시는 2019년 4월 3일 KT 등으로 구성된 시민행복서비스주식회사와 '부산정보고속도로 시설 고도화사업협약'을 체결했다. 
 
왜 망이 중요한가는 구글이 기가급 광통신 사업에 참여하면서 내건 슬로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디서나 100배 빠른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은 100배 더 배우고, 100배 더 웃고, 100배 더 많은 직업을 구하고, 100배 더 많은 공공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당신이 이런게만들어질수있을까?' 라고 생각했던 것이 100배 더 많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100배란 속도가 아니라 가능성이다." 
 
이처럼 기가급 무선 광대역망은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요하는 모든 영역에 접목되어 사회 운영방식과 질서 및 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플랫폼이 되었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한 사례로 꼽고 있는 미국 테네시 주의 작은 도시인 샤타누가(Chattanooga)는 2010년 전력공급 관련 공기업이 소유한 1기가급 유선광통신망을 비즈니스용으로 값싸게 제공함으로써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한 벤처기업의 유치와 기존 기업의 성과를 극대화시켰다. 2014년에는 10기가급 광통신망을 활용해 3D프린팅, 의료, 스마트그리드 등 대용량 데이터처리 영역에 활용하여 많은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미국의 도시 광통신망 역할에 반드시 소개되는 지역이 되었다. 샤타누가는 스타트업 기업들의 성공사례가 늘어나자 아예 창업 주간을 설정하고, 공기업 및 시지도자들이 앞장서 더 나은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테네시 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기업인큐베이터, 5~6개의 비즈니스 촉진프로그램과 새로운 벤처투자펀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도시규모의 인터넷연결(한국처럼 이름만 기가이지 실제 아파트에서 기가가 아닌 메가로 서비스받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의 도움으로 샤타누가 시장 은 창조자들의 도시라고 칭하고, 미국에서 처음으로 140에이크 규모의 혁신지구를 만들고 단순히 재능이나 돈벌이보다 창업가들에게 진정한 용기를 불어넣는 친기업가적 에코시스템을 만들어나갔다. 이제 기업지원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함으로써 샤타누가는 스스로 스타트업 기업들이 미국의 근간이라고 외치는 도시로 확실히 성장한 것이다. 
 
허황된 꿈이나 구호는 이제 부산에는 필요 없다. 명분과 실리를 갖춘 정책을 만들어 일관되게 추진하며, 지속적으로 창의적인 유지보수를 통해 정책성과를 외부로 확산시킬 수 있는 부산시장을 필요로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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