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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도시서 첨단 환경도시로… 개발과정 시민 참여

기사승인 2017.07.16  20: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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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레물리노의 대표적인 친환경 스마트시티 개발 구역 포르 단지. 현재 3500명의 주민이 입주해 있다.

상티니 시장, 기업 유치 등 도시 재개발 본격 추진
홈오토메이션 구축 포르 단지, 태양 에너지 자동 공급


리옹과 더불어 손꼽히는 도시 재개발 성공 사례로 프랑스의 이시레물리노를 들 수 있다. 수도 파리의 남서쪽에 위치한 인접 도시인 이시레물리노는 리옹의 콩플뤼앙스 지구와 마찬가지로 폐쇄된 공단지대로서 1970년대 후반까지 빈민도시였다. 19세기 중반 이후 파리와 인접한 지리적 특징 때문에 파리에 둘 수 없는 환경오염 유해시설과 공장들을 유치하던 곳이었다. 한때 항공, 무기 제조와 관련된 산업이 번창하기도 했지만 70년대 경제 위기의 타격으로 탈공업화가 진행되면서 이시레물리노를 떠나는 주민들이 증가해 1975년에는 인구가 급감하여 4만7500명에 불과했다. 2016년 기준 인구가 6만5570명이고 2017년 1월 6만8256명으로 증가했다고 하니 면적 425만㎡밖에 안 되는 이 작은 도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어떤 매력을 갖게 되었는지 살펴보려 한다. 스마트시티는 환경과 에너지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네트워크와 자동화를 통해 우리 삶을 보다 지속적으로 살기 좋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리옹과 이시레물리노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첨단기술의 적용보다도 컨텐츠와 사람이라는 요소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짐작을 해본다. 결국 그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 그 도시를 아는 사람이 발로 뛰어야 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마지막에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수렴하는 과정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쌓아가는 것이 스마트시티가 아닐까.


◇ 이시레물리노 발전 이끈 안드레 상티니 시장

이시레물리노시는 그 변신의 주역인 앙드레 상티니 시장이 1980년에 취임하면서 도시 재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초기 앙드레 상티니 시장의 전략은 파리와 인접한 장점을 이용하여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파리의 높은 임대료 때문에 고민이 많은 기업들도 이시레물리노가 가진 빈민도시의 이미지 때문에 기피했고 이에 시장이 직접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홍보를 했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이 도시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우선 정보통신 기업과 언론사 유치에 노력을 기울였던 상티니 시장의 극성과 전략이 성공하여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 휴렛 패커드, 부이그 텔레콤, 마리 클레르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이시레물리노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시레물리노는 상티니 시장의 노력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시장 퇴임 반대 운동까지 있었을 정도이다.

 
   
▲ 미디어테크, 디지털 자료실을 갖추고 있는 이시레물리노시의 공공자료관 내부 모습.

◇ 환경보존·신기술 개발로 ‘스마트시티’ 발돋움

이시레물리노시가 가난한 무명 도시에서 세계적인 최첨단 스마트시티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발벗고 뛰어다닌 상티니 시장의 공도 컸겠지만 환경 보존과 신기술 접근을 개발의 키워드로 잡은 것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공을 가져온 요인일 것이다. 먼저 환경 보존과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서 공공 시설물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군사기지였던 포르 구역은 지열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공급하기로 했다. 건물 옥상에 공원을 짓고 녹지공간 급수에는 빗물을 이용하는 계획을 세웠다. 주민들이 첨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홈오토메이션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이시레물리노의 대표적인 친환경 스마트시티 개발 구역인 포르 지역은 19세기 군사기지로 쓰인 요새가 있던 곳이다. 2009년에 군사기지가 철수하면서 이시레물리노시가 국가에서 이 지역을 사들였다. 파리와 파리 근교를 발 아래 굽어볼 수 있는 포르 단지에는 현재 1600세대의 주거 공간이 있으며 그 중에 300세대는 사회적 주택이다. 현재 3500명의 주민이 입주해 있으며 1500 ㎡ 면적에 상가가 들어서 있다.

포르 단지 내 친환경적으로 설계된 건물의 각 가정에서는 홈오토메이션 시스템을 이용하여 편리하게 에너지 소비를 관리할 수 있다. 난방과 온수에 필요한 전력의 75% 이상에 지열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는데 수온이 섭씨 40도에서 80도 사이인 지하수층에서 물을 끌어올려 열전환 장치를 이용하여 가정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는 화석 연료가 사용되지 않으므로 이산화탄소가 방출되지 않는다. 포르 단지에는 지열 에너지를 얻기 위한 지하수 우물이 두 개 있으며 깊이는 750m이다. 쓰레기 처리는 지하 튜브에 연결된 쓰레기통에 분리, 흡입하는 방식으로 수거한다. 흡입된 쓰레기는 도로 지하에 매설된 튜브를 타고 단지 외부에 있는 수거 트럭까지 이르는데 튜브의 길이는 총 1200m에 달한다. 쓰레기 수거 트럭의 이동 거리를 최소화함으로써 온실가스 방출과 소음을 줄이는 효과가 있고 악취가 발생하지 않아 쾌적한 거리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단지 내 학교 건물에는 단열에 뛰어난 밀짚과 나무를 이용하고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4만4000㎡의 과수 정원과 개인이 가꿀 수 있는 텃밭을 갖추고 수영장과 스파 시설, 미디어테크를 갖춘 복합 문화공간, 일본의 자매도시와 합작으로 만든 일본식 정원이 있다. 현대식 건물의 차가운 느낌을 줄이기 위해 건축물에 곡선을 많이 사용했고 건물 벽과 옥상에 식물을 가꾸어 자연미를 더했다. 태양광선을 최대한 이용한 동시에 건축미도 빠지지 않는 공공시설들은 주민 이외의 방문객들을 끌어들여 지역의 역동성을 도모한다. 특히 주목할 곳은 복합 사회 문화 공간인 ‘르탕드스리즈(Le temps de cerises)’로서 요새의 옛 성채가 있던 자리에 세워졌다. 현대적 건축 양식과 역사가 공존하는 의미가 있다. 건물의 이름인 ‘르탕드스리즈’는 장바티스트 클레망이 1866년에 가사를 쓴 프랑스 노래의 제목이다. 작사가가 파리 코뮨에 참가했고 포르 요새가 파리 코뮨의 격전지였으므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붙인 것이다. 문학과 음악 관련 다양한 자료를 열람·대출할 수 있는 미디어테크, 강연장, 디지털 자료실과 게임실 등을 갖추고 있다. 가족 끼리 또는 지역 주민들 간에 친목 모임을 가질 수 있는 공간들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 시민이 개발의 주체돼야

이시레물리노의 개발 과정을 더듬어 보면서 그들의 성공 요인은 미래 예측이나 첨단기술의 적절한 배분이 전부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어쩌다 시대를 잘 만나서 대박이 난 경우도 아니다. 1980년도부터 지금까지 시장이 바뀌지 않고도 성공적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그 바탕에는 서두르지 않고 끈기있게 이어온 개발의 정서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있었다. 이시레물리노시의 개발이 진행된 과정들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하면서 개발의 시작부터 진행 과정에 이르기까지 원 거주민들의 존재가 늘 빠지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2013년 2월 27일에는 주민 200명이 시 경비로 런던을 견학했다. 런던 내 개발 성공 사례를 시찰하고 건축가, 건축 전공 학생들과 토론회를 가졌다. 예를 들면 2013년 7월 24일 400명 시민과 시장, 국회의원, 건축 개발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민과의 대화 개최, 런던 견학 포함 6개월간 총 1700명이 참여하여 수집된 5000여 제안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어떻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공개함으로써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참여 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이다. 시민을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개발의 주체로 인식하고 계획에서 진행, 완료되는 시점까지 협의한다.

개발이라는 말을 오래전부터 생활 속에서 늘 접하고 살던 우리에게 그 단어가 주는 의미는 굉장히 복합적이다. 개발해서 살기 좋아졌고 그 혜택을 누구보다 많이 누리고 사는 우리들이다. 반면 개발의 이면에도 우리는 익숙해 있다. 개발의 주체와 개발 대상 지역 주민들의 엇갈린 이해 관계도 그 중의 하나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개발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살던 지역이 개발 됨으로써 내 삶의 터전이 오히려 뺏기고 그로 인해 폭력 사태까지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도 없다. 내가 사는 동네가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지역의 경제는 나아지지만 정작 내 사생활은 보호받지 못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스마트시티 사례를 둘러보면서 최첨단 기술과 많은 돈의 투자만이 성공의 조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소통하고 사람을 끌어안으며 함께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개발은 결국 투기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산에서도 몇몇 스마트시티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서둘러 짓고 쉽사리 버리는 개발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투자자들만 배불리는 개발이 아닌 지역민들의 삶이 건강해지고 윤택해질 수 있는 개발이었으면 좋겠다. 건축물만 우뚝 들어선 스마트시티가 아닌 지역민들의 이야기와 역사가 담긴 따뜻한 마을들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프랑스 파리 = 주덕 기자

 
   
▲ 이시레물리노 스마트 빌딩 건설 현장을 취재 중인 본지 주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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