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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중심 도시 개발… 실생활 참여로 의견 조율

기사승인 2017.07.12  17: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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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서 배우는 부산 스마트시티 - 2. 콩플뤼앙스 지구 리빙랩]

   
▲ 리옹 콩플뤼앙스 지구에 생활 실험실을 뜻하는 ‘리빙 랩’이 들어설 구역. 이곳에서 재개발 2단계 사업을 체험할 수 있다.

25년간 재개발… 1단계 완성분 체험하며 2단계 진행
미래 도시 전시·정보 의무 제공 등 시민 협의 최우선


오늘날 우리가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기술적으로 편리하게 살 수 있게 된 근원을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보면 크게 세 번의 기폭제 역할을 한 요인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우리는 간단히 산업 혁명이라고 불러왔다. 증기기관 발명과 생산 기계화로 특징지어진 1차 산업혁명, 전력과 대량생산을 이뤄낸 2차 산업혁명, 인터넷, SNS 등 통신혁명으로 일컬어지는 3차 디지털 산업혁명이다. 기계화·자동화를 통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풍족한 소비 활동이 가능하지만 한편에서 풍요를 누리는 동안 다른 한편에는 번영의 피해자와 소외자들이 있어왔다. 그리고 지난 산업혁명의 잔재들이 이제는 낡은 것들이 되어버려서 쓸모 없어지거나 도시의 추물로 남아있게 되었다. 현재 우리는 소위 4차 산업혁명을 맞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제조업의 융합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계 스스로 자동생산이 가능한 세상을 말한다. 데이터와 데이터가 연결되고 모여서 빅데이터가 된다. 이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하고 로봇, 3D 프린팅 같은 신기술들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왔다.


◇ 스마트시티의 필요성

첨단 기술 사회 속에서 인간의 역할은 줄어들게 마련이고 기계에 일자리를 뺏기는 인간은 행복에 대해서 다시 질문하게 된다. 에너지는 고갈되어 가고 쓰레기가 넘쳐나는 현실을 보면서 무작정 많이 만들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달은 인간은 대량생산만을 계획하기보다는 현명한 소비를 고민하게 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을 이끌어 냈다. 지속 가능한 개발은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존하면서 현세대의 필요를 만족시키는 개발을 의미한다. 이처럼 새로운 방향으로 생산과 소비를 지향하고 기계 자동화 속에서 인간의 역할이 줄어들 것을 고민하며 인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오래도록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이 ‘스마트시티 건설’의 계기가 된다.


◇ 리빙 랩(Living Lab)- 일상의 실험실

스마트시티를 떠올리면 터치로 움직이는 세상을 먼저 연상한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라는 말이 있는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혁신적인 도구들이 이 고생을 덜어주는 세상이라 세상 참 좋아졌다고 기뻐하다가 기계나 로봇에게 세상을 넘겨주고 나면 주인 자리를 뺏길 것 같은 불안감에 빠지기도 한다. 로봇이 바둑을 두고 사람의 언어를 번역하기도 하는 시대를 맞아 앞으로 사람은 어떤 직업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염려한다. 이런 맥락에서 4차 산업혁명은 자칫 인간의 역할을 더욱 축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가 연결되고 지식이 융합되면서 인간이 쏟아내는 각종 데이터는 수집되고 분석되어 다시 설계와 생산 과정에 활용된다. 인간이 소비를 통해서 또는 직접적인 의견 표현을 통해서 산출해 내는 이 데이터는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하는 과정 또는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 쓰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 재개발을 할 때, 통상적으로 정부나 지자체가 개발 범위를 정하고 대학이나 기업에 프로젝트를 의뢰한 후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 개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지역민은 배제된다. 지역민이 배제된 개발은 투기와 동의어로 여겨지기도 하고 그 후유증으로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오늘날 인류가 앓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생산자 따로 사용자 따로 각자의 이윤을 추구하며 직진하는 구조에서 발생한 것들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설계자와 사용자가 쌍방향으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사용자가 생산에 참여하는 시대. 시민이 정책에 참여하는 시대 그것이 새로운 시대의 요구다. 이처럼 소비자, 사용자, 시민이 생활하는 모든 것이 실험이 되고 설계자가 거기서 해법을 찾아가는 것을 ‘리빙 랩’(Living Lab)이라고 한다. 새 정책이나 신기술의 도입에 앞서 현장시험을 통해 사용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일상의 실험실’을 의미한다.

 
   
▲ 리옹 콩플뤼앙스 재개발 계획은 총면적 150ha에 약 25년에 걸쳐 진행되며 정보 의무 제공, 의견 수렴 등 시민과의 협의를 통해 개발을 진행한다. 사진은 리옹 전기 사용 관련 모임.

◇ 리빙 랩 선도도시, 프랑스 리옹

리빙 랩(Living Lab)은 말 그대로 ‘생활 실험실’을 뜻한다. 실험실의 축소된 환경에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 공간에서 활동이 이뤄지면서 신제품이나 서비스가 개발되는 것이다. 살아가는 사람 모두가 실험의 참여자이고 설계자이며 해법을 함께 찾아가는 주체이다. 프랑스 최초로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으로부터 지속 가능 개발지역으로 인증받은 리옹시는 콩플뤼앙스 리빙 랩으로 프랑스 유명 일간지 르 몽드가 뽑은 7개 모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리옹 콩플뤼앙스 스마트시티의 1단계 목표는 지속성이었다. 건설, 산업, 홍보 관련 다양한 파트너들과 손잡고 에너지 생산과 효율적인 소비를 위해 건물의 단열 처리, 에너지 소비 관리, 공공시설의 건축에 집중했다.

2단계에 접어들면서 도시계획의 중심에 지역민을 개입시킨다는 취지로 기존에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연계하여 지역민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고 복지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리빙 랩 계획을 갖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총 12개 파트너로 구성된 민관 컨소시엄이 주도하고 있다. 시범적으로 콩플뤼앙스의 A1, A2 구역 31,500㎡를 개발하며 A1은 혁신형 보건소와 젠 공원을 갖춘 복지단지로, A1북부는 코워킹센터, A2북부는 개발에 참여하는 주거지역으로 옥상에 공동 정원을 갖추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특징으로 보건과 복지 공간을 들 수 있다. 리옹 콩플뤼앙스 기획팀의 주디트 뵈브 데셰르는 “이미 가지고 있는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연계함으로써 주민 사용자 특히 노인과 장애인들의 일상을 지원하도록 설계되었다”고 말했다.

E-헬스 케어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공기의 질 관리, 알러지 경고 시스템이 가능하고 만성질환을 예방한다. 주거지 내에 각종 감지기를 설치해 위험에 처하거나 독립적인 생활이 힘든 독거노인 또는 장애인들이 의료지원, 복지지원, 식사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 요양시설에 들어가기 전에 3년은 더 자신의 집에서 살도록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노령인구와 독거노인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우리나라에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사용자 주도 정책

콩플뤼앙스 재개발 계획은 총면적 150ha에 약 25년에 걸쳐 진행된다. 1단계는 41ha, 그중 22.5ha가 공공장소에 할애되며 2단계는 35ha가 개발된다. 2000년 초에 시작해서 2025년에 완공될 복합기능을 가진 지역이다. 다소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지만 이 기간 동안 1단계에 완성된 부분에 대해서 체험을 하면서 2단계를 진행한다. 최초의 목적은 지속 가능한 도시의 건설이며 이 도시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나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주거 공간과 도시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을 묻는다. 이를 통해서 2단계 개발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게 된다. 그 결과 1단계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던 공간들이 만들어졌는데 한 예로 공동 정원(Jardin Partage)을 들 수 있다. 콩플뤼앙스는 한꺼번에 설계되는 도시가 아니고 조금씩 점진적으로 구축되어가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SPL Lyon Confluence(지역 공공근로 공사)에서 콩플뤼앙스 재개발을 기획, 실행, 홍보를 맡으며 연구, 시행사 지정, 공사 진행, 지역민과의 협의와 소통까지 책임지고 있다. 콩플뤼앙스 지역 회관(Maison de la Confluence)에는 ‘스마트시티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상시 전시되는 실물과 3D 모형을 통해 미래의 콩플뤼앙스를 체험할 수 있고 관련 영화나 인터뷰 기사들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매년 8000여 명의 도시 전문가, 학생, 관광객 그리고 리옹 현지인들의 방문을 받아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고 있다. 지역공공사업단(SPL)은 개발에 관련된 제반 정보를 일반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1년에 최소 3회 관계자들과 시민들을 한 자리에 모아 정보를 제공하고 특히 의견을 수렴한다. 프랑스는 이와 같이 시민의 협의가 없으면 개발을 진행할 수가 없다고 한다. 리옹에서 공공정책을 공부한 하지은 씨는 “프랑스는 일을 할 때 오래 걸려도 불협화음이 적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오랜 합의 과정을 거치는 모습을 보면서 늦게 되는 것을 참는 법도 알게 되었고, 이유 있는 과정이라고 인정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또는 진행될 ‘스마트시티’와 ‘리빙 랩’ 프로젝트들이 기하학적 비용과 연구가 투입되는 만큼 천천히 소통하며 서로 귀 기울이면서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랑스 리옹 = 주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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