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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 회복은 다음 세대 위한 ‘저축’… 재개발 아닌 재생시켜야”

기사승인 2016.11.28  18: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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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천에 새 생명을] - (20) 동천은 부산 미래 혁신의 중심이다 (上)

   
▲ 2030 동천시민창의 상상지도.(자료제공 = 경성대 도시보전연구실)

시민의 관심과 정성 없이는 강 회복 불가능해
도심재생으로 강과 연결된 골목 상권 살아날 것



◇ 강에 대한 오해와 그 결과들

강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속성이 표현된 자연의 물길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강의 속성을 이용하여 각종 물건이나 사람을 옮기고, 더러운 것을 흘려보낸다. 강물은 이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 중에 발생하는 자연과의 접촉을 통해 흙과 바위를 하류로 내려보내고, 다양한 생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자연의 원리 속에서 생성되고 살아가는 물속과 물가의 동식물들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먹거리다. 또 물의 흐름에 따라 생겨난 모래와 자갈 없이는 현대문명을 지탱할 수 없다. 이뿐 아니다. 사람들은 강물을 모아 마실 물을 확보하고, 또 물 위나 물가에서 놀이를 즐긴다. 더군다나 깊고 넓은 강은 방어의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강의 이런 쓰임새 때문에 사람들은 강변에 살기를 좋아했다. 우리 조상들도 ‘계거(溪居)’라 하여 물가에 집을 짓고 물을 즐겼다. 그래서 물과 땅의 접촉이 쉽고, 또 생산물이 풍부한 지역에는 어김없이 마을이 생겨났다. 이런 마을들은 지역 여건이나 거래 물품의 양과 질에 따라 선창을 가진 큰 마을로, 또 항구도시로 번성했다. 닫힌 내륙의 온갖 자원들과 문명적 지식을 국제교류의 현장으로 내보내는 일도 강의 임무였다. 강을 낀 사대문명 발상지들이 그랬고, 중세의 몰락과 르네상스의 도래를 있게 했던 유럽의 항구도시들도 그랬다. 우리와 가까이 있는 낙동강의 금관가야 문명도 그런 연유를 가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처럼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강을 자연에 맡겨두지 못했다. 조선기술과 토목기술을 발달시켜 편익과 방재를 위한다며 물가를 직선으로 만들고 또 아예 강을 매립하거나 덮어 버리기도 했다.

   
▲ 연고기업의 헌신과 투자로 이루어진 일본 쿠라시키강의 회복, 그리고 지금의 번영.


사람들은 강을 바다보다 훨씬 다루기 쉬운, 만만한 것으로 여겼다. 더군다나 강이 사람들 곁에 늘 있었기에 강물은 거저 생기는 것으로 알았다. 이러한 짧은 판단은 수많은 강들을 온갖 부산물을 버리는 가장 손쉬운 곳, 즉 하수구로 오인케 했고 공짜로 온갖 자원을 제공하는 생산공장으로 여기게 했다. 심지어 하수구로 전락한 강을 덮어 또 다른 용도(도로)로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전국의 많은 강들이 복개의 희생양이 되었다. 사람들의 짧은 시야와 공짜 땅에 대한 욕심이 불러온 결과였다.

이 얘기는 우리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1950∼80년대 경제 발전을 크게 이루었던 대부분의 세계 도시들이 같은 처지였다. 하지만 그들은 깨달음이 빨랐다. 경제 발달의 부산물이 된 오염된 강을 버려두거나 포기한다면 더 이상의 삶의 발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진리를 알았다. 간단히 얘기해서 1인당 GDP 3만 달러 이상의 도시가 되려면 높고 큰 건물을 짓고, 도로를 만들고, 공장을 짓는 것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한결같이 경제발전에 희생된 오염된 강을 회복시키는 일, 즉 강은 생명체가 살아 움직여야 하며 사람들이 언제나 찾는 소중한 친구여야 한다는 진리 회복에 집중했던 것이다.

   
▲ 공공과 시민들의 공동 노력으로 회복된 독일의 드라이잠강.

강을 중심으로 한 지역재생의 좋은 사례로 소개되는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드라이잠강(Dreisam River), 일본 삿포로의 토요히라강(豊平川), 쿠라시키의 쿠라시키강(倉敷川), 스페인 빌바오의 네르비온강(Nervion River) 등은 모두 오염되고 피폐해진 물길의 ‘수질 정화’와 생명체의 귀환을 추구하는 ‘생명 복원’, 흩어진 자산들의 융합과 연계를 통한 ‘지역 활성’에 힘을 썼다. 거의 모든 사례에서 일치한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환경공학이나 토목기술만으로 재생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모두 강 회복 이면에 ‘특별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강을 사랑하는 지역 시민사회와 특정의 공무원 집단이 바로 그들이다. 심지어 강을 오염시켰던 기업들도 강 회복의 중심에 등장한다. 이는 강 회복은 사람의 관심과 정성 즉, ‘강과 사람의 관계 회복’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 강 회복을 위한 또 다른 조건들

전술한 것처럼, 강의 회복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강에 얽힌 사람들이 ‘신념과 의지, 그리고 정성과 사랑을 가지는 일’이다. 또 하나를 추가한다면 바로 ‘시간’이다. 재개발은 수년 만에 끝낼 수 있지만 재생은 최소 10년에서 수십년이 걸린다. 빌바오를 살려낸 기반을 제공한 네르비온강도 회복 시간이 15년 이상 걸렸다고 한다. 그렇다. 강의 회복을 위한 투자는 ‘다음 세대를 위한 눈에 보이지 않는 투자’여야 한다. 당장의 것에 관심을 둔 투자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강을 눈앞의 강으로만 보지 않는 지혜가 우리에게 절실한 것이다. 강의 회복을 빠르게 끝내면 끝낼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 사업으로 이해한다면 그 보다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강은 자연 자체이지만 사람의 이야기와 체취가 스며있지 않다면 진짜 강이 아니다. 강의 회복은 즐거운 일이어야 한다. 강의 회복에는 숨어있던 또 잊고 있던 기억이 드러나고 새로운 상상력이 보태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 강 회복을 위해 내 것(시간, 돈, 열정 등)을 내어놓고 또 흔쾌히 따라 지키며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래전 동천 회복을 위한 노력을 일환으로 ‘2030 동천 상상지도’를 만든 적이 있었다. 앞으로 15여 년 동안 동천 회복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상상해 보고, 또 그리 실천된다면 우리에게 돌아올 혜택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구하는 작업이었다. 당시 그 혜택을 이렇게 정의했다.

“고밀의 도심에 꽃향기와 신선한 강바람이 불어 들고, 나비를 따라 도심 한복판으로 아이들이 몰려들어 서면에는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동천을 따라 걷는 시민들에 의해 동천에 연결된 부산시민회관, 문현금융단지, 송상현광장이 덩달아 살아날 것이다. 더군다나 동천의 시?종점은 부산시민공원과 북항 재개발의 현장이지 않은가. 시작과 끝이 명확하기에 동천만 회복된다면 도심의 재생은 따 놓은 당상일 것이다. 이러한 재생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땅 밑 어둠 속에서 동천으로 흘러드는 가야천, 호계천, 전포천, 부전천, 당감천도 변할 것이다. 강을 따라 움직일 사람들의 보행 활력이 강과 실핏줄처럼 연결된 뒷골목의 지역 상권을 살려 줄 수 있다면 복개된 지천들 모두가 햇빛을 만나는 환희의 순간이 오지 않을까”.

강은 거짓이 없다. 스스로 오염되며,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버렸던 강의 희생정신을 우리가 이제 보여주어야 한다. 이 강들에 대한 보은은 에코와 환경시대를 열망하는 이 시대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반드시 강은 돌아온다. 회복된 강은 다시 지역과 도시를 살려 줄 것이다. 강의 회복에 대한 투자는 미래를 위한 가장 크고 확실한 ‘즐거운 저축’인 셈이다.

※ 본 글은 지난 5여 년 동안 동천 재생과 하천 보호를 위한 필자의 각종 기고문에서 발췌하고 추가한 것임을 밝힙니다.

   
▲ 강동진
   숨쉬는 동천 자문위원 / 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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